
경제학자가 설명하는 노벨상 받은 게임이론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영예는 로버트 오먼(Robert J. Aumann)과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 교수에게 돌아갔다. 오먼은 평생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에 재직하면서 게임이론의 수학적 토대를 놓는 연구업적을 발표하였다. 셸링은 미국 메릴랜드대학에 재직하면서 게임이론의 개념과 방법론을 정치·외교·사회 현상에 적용하여 주요 경제사회 현상들을 설명하고 정책방향을 제시하는데 공헌하였다. 즉 오먼은 순수이론 분야에서, 셸링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과학 분야에의 응용으로 기념비적 업적을 남긴 학자들이다.
게임이란 무엇인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게임으로 바둑이나 장기, 고스톱, 전자오락 그리고 골프, 축구, 육상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서로 상관이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게임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가는데, 그것은 상호간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게임의 주체가 되는 경기자(player)들이 게임의 규칙(rule)에 따라 진행한다. 또 경기자들의 전략(strategy)이 중요하며 게임의 최종결과는 경기자들 간의 전략적 상호작용(strategic interaction)에 의하여 결정된다.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한국팀의 전략이 아무리 뛰어나도 경쟁팀의 전략이 더 뛰어나면 한국팀은 패배하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게임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나 위의 특징을 모두 갖는 경제사회 현상들이 많다. 당장 떠오르는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자. 과점시장에서 영업하는 기업들 간의 경쟁, 독점기업의 신규진입 저지 전략, 기업집단과 공정거래위원회 간의 줄다리기, 춘투를 앞둔 노사간의 임금협상, 민감한 법안의 통과를 놓고 벌이는 여야의 대결과 협상과정,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관세와 반덤핑 문제를 둘러싼 국가간 통상마찰,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위한 한중일 간의 기(氣)싸움 등.
뿐만 아니라 전문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에 반하여 개인이득을 취하는 도덕적 해이, 대출금융기관이 대출희망자의 부도위험에 대한 정보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역선택 문제 등 비대칭정보의 존재 때문에 발생하는 주인-대리인 문제도 모두 게임의 범주 안에 있다.
게임이론(Game Theory)이란 이처럼 전략적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게임 상황에서 경기자의 전략이 초래하게 될 결과에 대한 모형을 세우고 그렇게 모형화된 상황에서 경기자의 전략선택과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게임이론의 역사와 발전
게임이론의 시초는 천재 물리학자 폰노이만(John von Neumann)과 경제학자 모르겐슈테른(Oskar Morgenstern)이 1944년 출간한 저서 ≪게임의 이론과 경제적 행태≫로 알려져 있다. 게임이론의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은 내쉬(John F. Nash)인데, 그가 1950년대 초반에 쓴 서너 편의 논문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초석이 되었다. 지난 1994년 내쉬는 하사아니(John C. Harsanyi) 및 젤텐(Reinhard Selten)과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하였다.
오먼과 셸링은 그들에 이어 게임이론 분야에서 두 번째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들이다.
경쟁과 협력 그리고 상생의 게임
오먼과 셸링의 수많은 업적 가운데 노벨상수상위원회에서 대표업적으로 발표했던 반복게임에서의 경쟁과 협조에 관하여 공범자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를 이용하여 알아보자.
복점시장에서 조업하는 두 기업이 경쟁가격을 부과할 수도 있고 담합가격을 부과할 수도 있다. 두 기업이 모두 담합가격을 매길 경우 3억원씩의 순이익이 발생한다고 하자. 또 두 기업이 모두 할인가격을 매길 경우 1억원씩의 순이익이 발생한다고 하자. 마지막으로 한 기업은 담합가격을 매기는데 경쟁사가 할인가격을 부과할 경우 전자는 시장점유율이 대폭 잠식되어 0의 순이익을 얻으나 후자는 박리다매로 4억원의 순이익을 챙긴다. ([그림] 참조.)
위 게임에서 A는 경쟁사 B가 담합가격을 매길지 할인가격을 매길지 알 수 없다. 만약 B가 할인가격을 매긴다고 가정하자. 이 때 A도 할인가격을 부과하면 1억원의 이윤을 얻으나 담합가격을 부과하면 0의 이윤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B가 할인 전략을 택한다면 A도 할인 전략을 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제 B가 담합가격을 부과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A가 담합하면 3억원의 이윤을 얻게 되지만 할인가격을 부과하면 4억원의 높은 이윤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B가 담합가격을 매긴다고 하더라도 A는 할인가격을 부과하는 것이 최선이다. 결국 A는 경쟁사가 담합가격을 부과할지 혹은 할인가격을 부과할지 알 수 없지만 어느 경우든 상관없이 자신은 할인 전략을 택하는 편이 낫다. 똑같은 논리에 의해 기업B도 똑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결국 공범자의 딜레마에서 두 기업은 모두 할인가격을 부과하고 각 1억원 씩의 이윤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두 과점기업 간에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두 기업 간에 담합이 성립할 수 있다. 올해에 담합하고 내년에도 협력하면 6억(=3+3)원의 이윤을 얻게 될 것이다. 담합하기로 약속해놓고 배신하면 우선은 4억원의 높은 이윤을 얻겠지만 내년에는 경쟁체제에 돌입하여 1억원의 이윤만을 얻게 될 것이다.
협조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얻게 될 두 해 동안의 이윤 6억원은 배신을 때린 다음 경쟁체제로 돌입하는 경우 얻게 될 이윤 5억원보다 크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전자가 더 이익이다. 즉 미래에 있을 응징과 보복의 위협 때문에 현재의 협력과 상생이 가능하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근시안적 경제주체들 사이에 협력과 상생이란 있을 수 없다. 어차피 다시 볼 사이도 아니니 각자 당장의 이익만을 극대로 취하면 될 뿐이다.
그러나 경제주체들 간의 게임 상황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그들 경제주체가 미래지향적인 성향을 갖는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제는 협력과 상생이 가능해진다. 상대방은 협조 전략을 택하여 무장을 해제하고 있는데 내가 그를 배신하거나 이용한다고 하자. 나는 우선 당장 얼마간의 이득은 얻을 수 있을 것이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상대방이 나를 응징하여 보복하고 처벌하여 이미 얻은 이익을 상쇄해 버린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협조체제를 깨지 않는 경우보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불행해지게 될 것이다.
즉, 배신자에게 보복과 처벌이 가해지고 협조자에게는 보상이 베풀어지는 메커니즘을 잘 만든다면 현재의 협력과 상생이 가능해지게 된다.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