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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프로구단 이름 삽니다"

미국 프로구단 닉네임에 기업이름이 들어간 경우는 아직 없다. 프로구단이름 앞에는 반드시 도시 이름이 붙는다. 경기장 이름을 포함해 돈만 된다면 뭐든지 파는 미국 프로리그에서도 아직 구단이름만큼은 도시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프로리그가 지역별 프랜차이즈 사업이기도 하지만 초창기 프로구단의 주수입원이 지역주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입장 수입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이름을 헌납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이에 비해 한국은 두산 베어스(야구), 삼성 썬더스(농구) 등 프로구단 이름에는 주로 기업이름이 붙는다. 국내 프로야구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지만 초창기부터 구단수입 중에서 지역주민 지갑에서 나오는 입장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다. 그보다는 모기업의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구단이름을 돈줄인 기업이 차지하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프로축구에서는 얼마 전부터 도시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아직 까지는 좀 낯선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유럽쪽도 대개의 프로구단이름에는 도시이름이 들어가는데 몇 년전 스페인 농구에서 그들로서는 파격적인 이름이 등장해 주목 받았던 적이 있다. 화제의 구단은 '타우 세라미카'라는 농구단인데 바스크 지역의 연고지인 '빅토리아'와는 전혀 무관한 이름이며 선수유니폼에도 지역을 상징하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타일을 주 품목으로 한 바닥재를 생산하는 회사의 풀 네임인데 농구단 운영비의 3분의 1을 지원키로 하고 이름을 샀다. 이 팀이 유럽선수권 4강전에 진출한 다음 해 이름계약을 체결했는데 회사의 수출이 60%나 증가했다.
이 회사는 2년 단위로 재계약을 맺는데 최근 계약은 연간 1억7,000만 페세타(12억여원)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체결되었다고 한다. 그 계약을 체결했던 회사측 책임자는 "이름계약에 투자된 비용의 10배 이상 이익을 본 것 같다"고 전한다. 종업원 수 800명에 연간 매출 1,500억원 대의 건축자재 제조업체에게 구단이름이 최고의 마케팅 도구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2년 전 미프로농구(NBA)에서도 구단이름을 사겠다고 나섰던 회사가 있다. 당시 밴쿠버 그리즐리즈 구단이 멤피스로 연고지를 옮기겠다고 발표하자 '페더럴 익스프레스' 사가 구단이름을 '멤피스 익스프레스'로 해준다면 1,500억원을 내겠다고 한 것이다. 어지간한 구단을 통째로 사는 가격을 이름값으로 지불하겠다고 한 것이다.
미국의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들은 비록 이 제의가 구단주 회의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리그의 재정상태가 나빠지면 언젠가는 다시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현상은 아닐지 몰라도 재정상태가 나쁜 국내 프로리그에 '타우 세레미카'같은 중견기업이 조만간에 등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